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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화마(火魔)가 남긴 잿더미에서 피어난 연등

하태진 기자 입력 2026.05.28 22:00 수정 2026.05.28 22:00

의성군, ‘희망과 자비’로 다시 일어서다

신록이 짙어가는 5월,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한 경북 의성군 사찰 곳곳에는 그 어느 해보다 뜻깊은 오색 연등이 불을 밝혔다. 불과 1년 전, 전례 없는 초대형 산불로 천년고찰 고운사의 보물 가운루와 연수전이 소실되고 운람사 등 지역 성보들이 화마에 휩싸였던 비극을 딛고 일어선 눈물겨운 봉축이다. 2025년의 의성이 '상실과 절망'의 해였다면, 2026년의 의성은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과 자비'의 싹을 틔우는 회복의 원년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의성발 경북 산불은 지역민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수많은 가옥과 농경지가 전소되었고, 의성의 정신적 지주이자 문화적 자부심이었던 천년고찰들의 전각마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당시 화마 속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불길을 뚫고 아미타삼존불과 탱화 등 주요 문화재를 조문국박물관으로 긴급 이송하던 긴박한 모습은 전 국민의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1년 전 부처님오신날의 사찰 마당은 메케한 탄내와 허망함만이 가득한 슬픔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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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절망의 끝에서 의성군민과 불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불교의 핵심 가치인 '자비'와 공동체의 '희망'이었다. 고운사를 비롯한 피해 사찰들은 인위적인 대규모 조림 대신 자연의 생명력을 믿고 기다리는 방식을 택하며 차분하게 숲의 회복을 도왔고, 마침내 올봄 검게 그을렸던 자리에 푸른 활엽수의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따뜻한 구호의 손길과 성금은 상처받은 이재민과 불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부처님의 자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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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봉축 법요식이 열린 사찰 마당은 그간의 아픔을 위로하듯 평온함으로 가득 찼다. 비록 보물 가운루가 서 있던 자리는 비어있지만, 그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은 상실감을 넘어선 미래를 향한 희망의 기도였다. 고운사 주지(제16교구 본사) 등운 스님은 “남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곧 부처님의 자비”라며 “그것이 평안을 주러 이 땅에 오신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라는 말씀을 남겼다. 법요식에 참석한 한 군민은 “작년에는 불탄 산자락을 보며 눈물만 났는데, 올해 이렇게 다시 돋아난 푸른 잎과 연등을 보니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며 감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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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본질적인 방법으로 자비를 설하셨다. 화마가 모든 것을 쓸고 간 자리에 의성군민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세운 것은 단순한 건물의 중창이 아닌, 마음의 복원이었다. 비극을 기적으로 바꾸어낸 의성군의 2026년 부처님오신날은,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자비의 마음으로 연대한다면 반드시 희망의 등불을 다시 밝힐 수 있다는 위대한 교훈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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