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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주수 군수의 공덕비

하태진 기자 입력 2026.06.10 03:53 수정 2026.06.10 03:53

권위의 부적절함

[사설] 임기 중 공덕비 제막, ‘의성(義城)’의 선비 정신과 민주주의에 부합하는가

의성 지역의 정신적 뿌리이자 유교적 가치를 수호해 온 비안향교가 최근 현직인 김주수 의성군수의 공덕비를 제막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 군수가 3선 연임을 하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 등 지역의 굵직한 난제들을 해결하고 의성 발전의 초석을 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본지 역시 지역 언론으로서 그가 남긴 굵직한 족적과 행정적 성과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공(功)은 공이고, 예(禮)는 예다. 아무리 그 업적이 지대하다 할지라도, 임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현직 단체장의 공덕비를 세운 것은 명백히 시기와 형식을 일탈한 일이며, 지역 사회에 깊은 우려와 부적절함이라는 뒷말을 남기고 있다.

예로부터 공덕비나 송덕비는 고을을 다스리던 관리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거나 퇴임한 후에, 그가 베푼 혜택을 잊지 못해 고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세우는 것이 엄격한 전통이자 원칙이었다. 눈앞의 권력과 무관해진 시점에서 비로소 주민들의 객관적이고 순수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제막식은 현직 군수의 임기가 엄연히 남아있고, 여전히 막강한 인사권과 행정권을 쥔 상황에서 강행되었다. 이는 그 동기가 아무리 순수했을지라도 대다수 군민의 눈에는 권력을 향한 과도한 칭송이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낯뜨거운 칭송'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특히 이번 일을 주도한 주체가 다름 아닌 향교라는 점에서 아쉬움과 실망감은 더욱 크다. 향교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지방의 교육기관이자,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도 옳고 그름을 당당히 논하던 선비 정신의 상징적 공간이다. 예와 도덕적 엄격함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향교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현직 권력 우상화'의 선봉에 선 모양새가 되었으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선비 정신의 핵심은 절제와 염치에 있다.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공덕비 건립을 경계하고 바로잡았어야 할 향교가 오히려 대중의 상식과 거리가 먼 결정을 내린 것은 지역 유림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처사다.

더욱이 현대 행정에서 단체장의 성과라는 것은 단지 한 개인의 영웅적 결단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군수를 믿고 묵묵히 행정을 집행한 수많은 공직자의 땀방울,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해 불편과 희생을 감내해 온 6만 의성군민 모두의 협력과 인내가 버텨주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공공의 성과를 현직 단체장 개인의 사적 공덕으로 치환하여 비석에 새기는 행위는, 성과의 진짜 주인인 군민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살아있는 권력을 찬양하기 위해 세워진 비석들이 정권이 바뀌거나 퇴임 후에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진정한 공덕은 차가운 돌에 서둘러 새긴다고 해서 영원해지는 것이 아니다. 군민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포비(口碑, 입으로 전해지는 비석)'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명예다. 김주수 군수가 남긴 큰 일들은 굳이 지금 비석을 세우지 않아도 의성 역사에 고스란히 기록될 것이다.

의성(義城)은 이름 그대로 '의로운 고을'이다. 의로움의 밑바탕에는 상식과 염치, 그리고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비안향교와 이번 일에 관여한 이들은 지금이라도 지역 사회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군민들이 제기하는 부적절함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행여나 이번 일이 의성의 오랜 선비 정신과 건강한 민주적 정서에 오점으로 남지 않도록 결자해지의 자세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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