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의원님은 수주왕’ 기획, 과도한 프레임과 지역 비하 논란

하태진 기자 입력 2026.07.06 11:59 수정 2026.07.06 11:59

“인구 4만 8천명인데 올 예산만 1조원…자극적 제목
'경북 의성, 의원 절반이 연루된 ‘수의계약의 성지’ 비하논란

경향신문의 기획 ‘의원님은 수주왕’은 지방의원들의 수의계약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4년간 91명 의원(본인·가족·지인 업체)이 2719건, 516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조사 결과는 지방의회의 이해충돌 문제를 환기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가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나 ‘셀프 발주·셀프 수주’ 의혹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기획 전체적으로 선택적 강조, 감정적 프레임, 지역 비하 뉘앙스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보도된 경북 의성군 관련 기사다. 제목은 “인구 4만 8천명인데 올 예산만 1조원…경북 의성, 의원 절반이 연루된 ‘수의계약의 성지’”로, 인구 규모와 예산을 대비하며 자극적으로 구성됐다.
image

의성군은 농업 중심의 소규모 지자체로, 국가·도비 교부금과 공무원 등의 공모제안 수주규모가 특별히 많아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이를 ‘1조 원 예산’으로 강조하면서 의원들의 수의계약 문제를 연결짓는 것은 지역 전체를 ‘특혜의 온상’으로 낙인찍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관련없는 자극적 썸네일 사용까지 더해지면서, 은연중에 의성군민을 ‘예산 낭비’나 ‘비리 온상’의 이미지로 비하하는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접근은 기획의 다른 기사들에서도 반복된다. “며느리에게 파킹하고, 동생에게 쏴주고”, “지인이 ‘냠냠’” 등의 표현은 팩트 전달을 넘어 독자 감정을 자극한다. 수의계약 총액 516억 원은 전국 지방재정 규모에서 미미한 수준이며, 수천 명 지방의원 중 91명이라는 숫자도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다.

수의계약 제도 자체를 문제시하는 프레임도 과도하다. 수의계약은 지방계약법상 소규모 사업(2천만 원 이하)에서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 업체를 지원하는 합법적 수단이다. 이해충돌방지법과 지방계약법은 이미 지분 30% 이상 등의 제한을 두고 있으며, ‘지분 쪼개기’ 편법은 이전부터 지적된 사안이다. 이를 ‘수주왕’이라는 자극적 타이틀로 대대적으로 기획화한 것은 뉴스 가치를 과장한 측면이 크다.

지방의원 대부분은 풀타임 명예직으로, 지역 기반 업체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이 공공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사익 추구’로 몰아가는 것은 현실을 왜곡한다. 광역의원이 기초단체와 계약한 경우를 문제 삼는 대목 역시 법적 감시 대상이 아닌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선택적 고발이다. 지방의회 비리는 분명 개선해야 할 사안이지만, 중앙 정치권의 대형 특혜, 국책사업 로비, 대기업과의 유착 등 규모가 훨씬 큰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보도가 부족하다. 경향신문의 진보 성향을 고려할 때, 보수 강세 지역(경북·전남 등)을 집중 조명하는 것이 정치적 함의를 내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물론 기획의 긍정적 측면도 있다.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조사와 누구나 검색 가능한 인터랙티브 시스템 제공은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한 사전 확인 강화, 처벌 실효성 제고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고발’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민을 자극적으로 조명하고, 제도적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방식은 저널리즘의 균형을 잃은 과잉으로 평가된다. 투명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부패 사례를 엄중히 다루되, 지역 전체를 비하하거나 모든 의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프레임은 지양해야 한다. 과도한 도덕주의가 오히려 지방자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새의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