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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회

‘평균임기 10.3년… 의성군 장기 행정이 남긴 유산

하태진 기자 입력 2026.07.09 19:07 수정 2026.07.09 19:07

- 민선 1기부터 8기까지, 단 3명의 군수가 다진 일관성의 힘
- 농업 브랜드·복지 혁신·첨단 안티드론과 신공항까지…
민선 9기 최유철 호(號)의 든든한 나침반이 되다

 

구미가 당기는 화려한 수사나 단기적인 성과주의 행정이 판을 치는 지방자치 시대에, 경상북도 의성군은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 독보적인 행정 DNA를 증명해 왔다. 지난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본격 출범한 이래, 의성군은 민선 8기까지 딱 세 명의 군수만이 거쳐 갔다. 정해걸, 김복규, 김주수라는 세 거두(巨頭)가 각각 3선과 재선을 거듭하며 30년 넘는 세월 동안 군정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지방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사업을 뒤집는 ‘시소 행정’의 폐단이 의성군에는 없었다. 대신 선임 군수가 뿌린 씨앗을 후임 군수가 가꾸고, 이를 다시 미래 첨단 산업으로 확장하는 ‘릴레이식 장기 축적 행정’이 자리 잡았다. 2026년 7월, 바야흐로 민선 9기 최유철 군수 체제가 새롭게 출범한 지금, 지난 30년간 장기 계획에 의해 일관되게 추진되어 성공을 거둔 민선 군수들의 핵심 성과들을 종합 분석하고, 이것이 의성의 미래 100년에 어떤 거대한 주춧돌이 되었는지 짚어본다.

■ 민선 1·2·3기 정해걸 군수
: 농업의 명품 브랜드화와 ‘컬링 성지’의 초석을 다지다
지방자치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5년, 초대 민선 군수로 취임한 정해걸 군수는 낙후된 전통 농촌이었던 의성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초 다지기’에 집중했다. 그의 11년 재임 기간은 씨앗만 존재하던 토종 농산물을 전국구 명품 브랜드로 키워내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비인기 스포츠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본 혜안의 시기였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의성마늘목장’ 축산 브랜드의 대성공이다. 정 군수는 단순히 마늘을 수확해 원물로 판매하는 1차 산업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했다. 그는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을 사료로 활용해 한우, 돼지, 닭을 키워내는 혁신적인 융복합 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탄생한 ‘의성마늘소’와 ‘의성마늘포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장악하며 전국적인 명품 브랜드로 우뚝 섰다. 난립해 있던 지역 농산물의 출하 체계를 정비하고 대도시 소비지와의 직거래 판로를 개척한 그의 유통 구조 선진화 정책은 농가 소득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으며, 2006년 대한민국 혁신 경영인 대상을 받는 쾌거로 이어졌다.
정해걸 군수의 안목이 빛난 또 하나의 위대한 결단은 전국 최초의 ‘컬링전용경기장’ 수용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컬링은 대중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극도의 비인기 동계 종목이었다. 예산 낭비라는 주변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 군수는 의성읍에 대한민국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을 건립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 장기적인 수용과 투자는 훗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뒤흔든 ‘팀 킴(Team Kim)’을 배출하는 기적의 바탕이 되었으며, 오늘날 의성을 세계적인 ‘컬링의 메카’로 자리 잡게 만든 신의 한 수가 되었다.

■ 민선 4·5기 김복규 군수
: 잊힌 고대 왕국을 깨우고, 철파리 복지 모델로 내실을 채우다
정해걸 군수가 농업과 체육의 기반을 다졌다면, 뒤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민선 4·5기 김복규 군수는 의성 군민의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농촌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김복규 군수 행정의 백미는 단연 조문국(召文國) 사적지 공원화 및 박물관 건립이다. 의성 땅에 엄연히 존재했으나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고대 부족국가 ‘조문국’의 흔적을 대대적으로 발굴하고 복원하는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금성면 일대의 고분군을 정비해 조문국 사적지 공원을 조성하고, 세련된 조문국 박물관을 건립하여 흩어져 있던 유물들을 한곳에 모았다. 여기에 대제지 복원 등 주변 관광 인프라를 연계하면서, 의성은 단순한 농업 도시를 넘어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이자 경북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관광 도시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초고령화라는 농촌의 거스를 수 없는 숙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의성읍 철파리 ‘의성군종합노인복지관’ 건립은 복지 행정의 이정표로 꼽힌다. 기존의 마을 경로당 중심의 파편화된 복지에서 벗어나, 철파리에 대규모 종합노인복지관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이곳은 보건, 의료, 문화, 여가, 평생교육이 원스톱으로 해결되는 농촌형 선진 복지 모델의 표준을 제시하며 군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농지와 노인만 남는 농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치 아래 임기 내 의성군장학회 장학기금 100억 원 이상을 조성,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마중물을 훌륭히 부었다.

■ 민선 6·7·8기 김주수 군수
: 가음면 안티드론산업 선점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로 미래 100년을 열다
농림부 차관 출신의 행정 전문가로서 민선 6기부터 8기까지 의성 군정을 이끈 김주수 군수는 거시적인 안목과 탁월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의성의 지도를 통째로 바꾼 ‘대도약’의 시기를 이끌었다. 인구 소멸 위험 지수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카드는 국가적 규모의 신산업 선점과 거대 인프라 유치였다.
가장 위대한 성과는 단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 성공이다. 인근 지자체와의 치열한 이해관계 대립과 수많은 정치적 고비 속에서도 김 군수는 특유의 끈질긴 협상력과 뚝심으로 공동 후보지 유치를 전격 이끌어냈다. 이는 단순한 군사·민간 공항의 이전을 넘어, 의성군을 미래 항공물류와 항공정비(MRO) 인프라를 갖춘 배후 중심 도시로 도약시키는 역사적 변곡점이 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추진된 가음면 일대의 ‘안티드론(Anti-Drone) 산업’ 선점은 김주수 군수의 천재적인 장기 안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래 핵심 보안 및 방위 기술로 손꼽히는 안티드론(불법 드론 탐지 및 무력화) 산업의 잠재력을 포착한 그는 가음면 일대에 관련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국가 지정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을 성공적으로 유치 및 가동함으로써, 의성은 단순한 농업 강군을 넘어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는 첨단 방위산업 및 미래 모빌리티의 전진기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여기에 전통 농업에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 지정, 안계면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청년 유입 사례가 된 ‘이웃사촌 시범마을’ 조성, 그리고 전국 최대 규모의 반려견 테마파크인 ‘의성 펫월드’ 건립에 이르기까지, 김 군수의 행정은 의성을 미래 신산업과 청년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도시로 완전히 개조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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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행정의 위대한 유산,
민선 9기 최유철 호(號)의 돛이 되다
정해걸 군수가 심은 농업 브랜드와 컬링의 씨앗, 김복규 군수가 다진 조문국 역사 복원과 철파리 중심의 노인 복지 내실, 그리고 김주수 군수가 띄운 가음면 안티드론산업과 통합신공항의 위대한 날개까지. 의성군의 지난 30년은 앞선 군수가 닦아놓은 길 위에 다음 군수가 더 큰 기둥을 세우는 ‘장기 계획의 연속성’이 얼마나 위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증거다.


‘평균 임기 10.3년’이 남긴 명과 암, 그리고 과제



[의성군 민선 1~8기 단체장 재임 현황]

● 정해걸 군수 (민선 1·2·3기) :
11년 재임
● 김복규 군수 (민선 4·5기)
8년 재임
● 김주수 군수 (민선 6·7·8기) :
12년 재임
※ 민선 1~8기 평균 재임 기간: 약 10.3년



의성군 민선 행정의 가장 큰 특징은 숫자가 증명한다. 1기부터 8기까지 단체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약 10.3년으로, 6~7년의 전국 기초지자체장 평균 임기를 크게 웃돈다. 이러한 독보적인 장기 행정 체제는 의성 군정에 명확한 명과 암을 남겼다.

장점: 흔들리지 않는 대형 국책·신산업 추진의 동력
가장 큰 소득은 '안정성과 지속성'이다. 단기 치적이나 선거용 포퓰리즘에 쫓기지 않기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 가음면 안티드론 산업, 세포배양 특구 지정처럼 호흡이 길고 리스크가 큰 10년 단위의 메가 프로젝트를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면서 행정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고, 정권 교체기마다 흔히 발생하는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했다.
단점: 조직 관료화와 인적 쇄신 지연의 리스크
반면 고인 물이 초래하는 '경직성과 타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정 지휘 체계가 장기간 고착화되면서 행정 조직이 전례 답습주의에 빠지거나 관료화될 우려가 크다. 이는 급변하는 리얼타임 시대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해야 하는 창의적인 정책 혁신이나, 과감한 인적 쇄신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지속 가능성 위에 유연성을 더해야 할 '최유철 호’

2026년 7월 출범한 민선 9기 최유철 호의 성공 여부는 바로 이 지점에 달려있다. 지난 30년간 켜켜이 쌓아온 장기 행정의 ‘찬란한 축적’은 흔들림 없이 계승하되, 장기 집권이 남긴 ‘조직의 동맥경화’를 깨부술 유연한 소통과 젊은 혁신을 결합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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