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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성군민의 이름으로 – 낙인과 보호받지 못하는 명예

하태진 기자 입력 2026.08.05 12:00 수정 2026.08.05 12:00

발행인 칼럼

경향신문의 ‘의원님은 수주왕’ 기획과 후속 보도가 의성군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수의계약 의혹을 공론화한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은 당연히 감시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 보도가 의성군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고발의 부수적 효과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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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8년 평창올림픽 컬링팀을 응원하는 의성군민의 모습)


“인구 4만 8천 명에 예산 1조 원”, “의원 절반이 연루된 수의계약의 성지”와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서, 의성군은 ‘특혜와 의혹이 일상화된 지역’으로 인식될 위험이 커진다. 의원 개인의 문제가 지역 전체의 이미지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외부에서 형성된 이 이미지는 검색과 재생산을 통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각인된 인식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군민 입장에서 가장 무거운 지점은 ‘집단적 명예의 훼손’이다. 주민들은 의원들의 계약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향이 특정한 프레임으로 조명될 때 느끼는 수치심과 억울함은 실재한다. “우리 지역이 이렇게 비춰지는구나”, “우리 군민이 비리를 용인하는 사람들처럼 보이는구나”라는 인식이 스며든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거주 지역에 대한 자존감과 사회적 평가가 훼손되는 경험이다.

문제는 이 수치감과 명예 훼손의 감정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명예훼손은 주로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사회적 평가 저하를 대상으로 한다. 한 지역 전체, 또는 그곳 주민 집단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은 구체적인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적 구제 수단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과 반복 보도로 지역 이미지를 고정시켜도, 군민이 느끼는 수치감과 명예 훼손은 ‘보호받지 못하는 상처’로 남는다.

실제로 언론 보도로 인해 결과가 명확하지 않거나 무혐의로 종결됐음에도 집단적·지역적 피해가 지속된 사례는 적지 않다. 과거 특정 지역에서 공직자나 업체 관련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 수사나 감사가 큰 혐의 없이 끝났음에도 해당 지역이 오랫동안 ‘비리 이미지’에 시달린 경우가 있었다. 개인 차원에서도 언론의 반복적인 의혹 제기 후 감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이 났음에도, 이미 형성된 오명 때문에 공직을 떠나거나 사회적 관계가 손상된 사례가 확인된다. 보도의 파급력은 빠르고 넓지만, 그 후속 해소는 훨씬 느리고 불완전하다. 지역 단위로 확대되면 그 불균형은 더욱 커진다.

새로 출범한 의회에 대한 시선도 영향을 받는다. 경찰의 자료 요청 사실만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형성될 수 있다. 수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도 의회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행정은 불필요한 경계심을 갖게 되며, 일상적인 민원과 예산 심의 과정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나중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와도, 이미 형성된 불신의 잔여 효과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인구가 적고 관계가 밀접한 기초자치단체일수록 그 영향은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있다.

언론이 부정과 특혜를 고발하는 것은 본연의 역할이다. 그러나 그 고발이 특정 군을 반복적으로,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조명할 때, 그 부담은 결국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함께 감수하게 된다. 의원 개인을 비판하는 것과 지역 전체의 이미지를 고정시키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후자는 주민의 자존감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며, 그 훼손은 법적으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우리는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원한다.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가 불필요한 낙인을 지고, 그 낙인이 법적 보호의 바깥에 방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발 저널리즘이 공익을 추구하면서 특정 지역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소모할 때, 그 결과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의성군민은 이미 그 낙인의 무게를 느끼고 있으며, 그 무게는 법의 보호망 바깥에 있다.

의성군민의 입장에서 묻는다. 감시와 고발의 이름으로 한 지역의 이미지를 고정시키는 방식이 과연 충분한 균형을 갖추었는가. 보호받지 못하는 명예와 수치감의 상처, 그리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입혀진 집단적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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