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싱그럽고 알싸하다고 하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 씁쓸하고 달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꺼번에 5~6가지 맛이 나는데 시큼한 발효맛까지 있으니 종잡을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시중 맥주의 맛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그 이상 ‘의성라거’의 맛을 표현할 길이 없다. 맛을 음미해 보다 어느새 ‘의성라거’ 330mL 한 병이 휙하니 사라졌다.
알고있다는 듯 김예지 사장이 빙그레 웃는다. “수제맥주라서 그렇습니다. 맥주는 홉과 이스트, 몰트와 물로 만드는데 비율이나 재료, 신선도, 제조온도나 보관 등에 따라 맛이 다 달라지거든요”라고 알려준다.
수제맥주는 막걸리나 동동주처럼 유럽인에게 가정제조가 많다. 자기 취향을 존중해 다양한 맛을 구가한다. 김예지 사장은 공방을 운영한다. 주로 외지에서 오는 사람이 많다. 펍 운영과 제조, 그리고 공방까지 눈 코 뜰 수 없이 바쁜 일정이다. 본지와의 만남도 서너차례 약속 끝에 만날 수 있었다.
바쁘다는 것은 일이 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그만 체구의 단단한 정신을 가진 김예지 사장은 의성군이 실시한 이웃사촌 1기 출신의 귀농청년이다. 청년귀농정책의 일환이기에 많은 청년들이 도전했다. 결과가 어떻든 성공하는 청년이 있는 반면에 실패하는 청년도 있을 것이다. 시범정책이기에 프로그램의 실수도 있었을 것이고 의지없이 도전한 청년도 있었을 것이다. 김예지 사장을 보면 먼 계획을 세우고 의성에 합류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한해 1억 버는 귀농청년의 비결
2022년 김예지사장은 1억의 수익을 냈다. 내가 놀라움을 표하자 “근데 통장에 잔고가 없어요”라며 깔깔 웃는다. 제품들을 출시하고 재투자했을 것이고 서울 부산으로 공방을 다녔을 것이다. 김예지 사장이 의성 안계에 온 지 이제 만 3년이 지났다. 그렇게 본다면 대단한 수익은 아니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만든 수입은 아깝지 않은 것이 없듯이 재투자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1억 이라면 작은 공방과 펍 운영으로 혼자 먹고살기엔 충분한 액수다. 그러므로 그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수입을 저축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계획에 없었던 것은 아닐 듯하다.
김예지 사장에게 갖고온 질문을 인터뷰했다.
의성라거를 만든 이유는 이란 질문에 현재 맥주재료는 국산이 없고 전부 수입한다고 말했다. ‘물만 국산이고 나머진 전부 수입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의성에 정착한 이유 중에 큰 하나가 홉농장이 근처에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단북면에 ‘홉이든 농장’에서는 90년 대 이후 사라진 홉을 재배하고 있다. (농장주 장소영) 즉 김예지 사장은 국산 재료로 만든 수제맥주라는 아이템을 은연 중에 계획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의성이름이 든 의성라거는 그렇게 브랜드가 되었다.
의성라거의 현재 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서울 경기 지역에 8개, 대구 영남 지역에 9개 점포에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혼자서 다 거래를 확보했는가고 물으니 ‘그렇다’고 짧게 답한다. 정말일까.
이유인즉 그들은 안계의 호피 홀리데이를 방문했거나 공방을 매개로 거래처가 된 것이다. 김예지 사장이 동분서주한 덕택에 호피 홀리데이 이름이 알려지고 맥주 맛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고객층이 멀리서 주문한 거래처였다.
“호피 홀리데이에 외지에서 관광을 겸해 오시는 분이 많아요. 청년귀농 사업자들 중엔 외지 고객들이 많거나 인터넷 판매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을 만나러 오시는 고객들은 의성에 관광객들이라 볼 수 있어요. 일부러 시간을 내야만 하니까요”라는 대답을 한다. 귀농청년들의 사업지가 농촌이니 방문객들은 의성 관광 산업에도 미력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뜻이다. “관광을 유적지나 잘 꾸며진 공원이 아니라도 농촌의 분위기 자체가 관광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부연해 준다. 그럴듯하다. 때때로 도시의 공기나 소음을 피해 오붓한 곳에서 즐기고 싶은 도시인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런 분들이 의성라거를 마시고 나면 하룻밤 푸근히 머무르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의성라거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의성 생산품으로 만든 의성맥주의 대표브랜드가 되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 김예지의 꿈이 뭐냐고 재차 물었다. 약간 뜸을 들이더니 김예지 사장의 대답은 의성에서 맥주 공장을 만드는 것이라 답했다. 청년다운 패기와 당찬 모습이 의성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음을 느끼게 했다. 이어 “의성브랜드 특산품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도 개척해 보고 싶어요. 70세 까지는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깔깔 웃는다.
끝으로 의성에 오는 귀농청년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부탁했다.
“의성만 보고 오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의성은 소비자 층이 그렇게 넓지 않으니 아이템을 짤 때 대중성과 시장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둘째는 의성이라는 곳을 적극 활용해 보라는 겁니다. 의성만의 색깔을 찾고 다른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고유성을 사업에 연결시켜 보는 거에요. 아마 의성 정착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김예지 사장은 곧바로 서울의 행사에 가야한다고 했다.
서로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하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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