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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에서 무작정 의성에 상경(?)한 MBTI Enfp의 한 처녀가 있다. 카페 ‘열매’의 여사장 권민지(26) 군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여주처럼 생긴 조그만 이목구비에서 아무 계산없이 터지는 웃음소리가 쩌렁하다.
카페 ‘열매’는 테이블 3개에 3평 정도의 미니 카페이다. 의성에 온 귀농청년들과 지역에서 나고자란 지역 청년들이 자연스레 모이는 곳이다. 오후 3시 쯤에도 청년들의 출입이 잦다. 어쩌면 도시의 흔한 친구가게 같은 분위기가 살큼 난다. 그런데 ‘열매’는 10월 10일 갓 오픈한 신생 카페라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권민지 군의 단독 의성 귀촌은 2021년 9월에서 시작됐다. 경기도에서 의성 청년 테마파크에 취업한 권민지 군은 이웃사촌 프로젝트나 청년지원 혜택을 하나도 받지 않고 귀촌한 매우 우량(?)한 자발적 청년 귀촌인이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없이 권민지 군이 의성이란 농촌으로 꼭히 선택해 올 수 있었을까. 더구나 처녀홀몸으로.
그건 아니었다. 권민지 군은 친가가 신평면에 있고 외가를 비안면에 둔 적성혈통 가문(?)의 의성출향인이었다. 때문에 의성이 낯설거나 생면부지는 아니었다. 카페 이름이 ‘열매’란 것도 의성과 관련이 있었다. 조부 과수원에 흩뜨러진 사과 흠과의 활용을 고민하며 작명했다고 한다.
“흠과들을 마냥 버리기 아까워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고 줄곧 생각했습니다. 쥬스나 잼 같이 현재 활용되고 있는 것 말고 좀 더 새로운 활용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카페에서 생과일과 야채를 믹스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권민지 군을 의성 귀촌청년이라 칭했지만 사실은 의성 귀농청년이다. 서울 사이버대학에서 심리학과와 군경소방상담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권민지 군은 자신이 만든 ‘치유농장’을 갖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름이 생소하지만 내용은 참신하다. 각종 공해와 오염에 찌들린 도시민들이나 전문직 종사자가 ‘치유농장’에서 농업과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도록 도우는 직업이다. 농업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닥터가 되도록 하는 직업인 셈이다. 카페 ‘열매’의 또다른 버전인 ‘열’심히 ‘매’일매일 치유하고 위로하는 권민지의 꿈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MBTI Enfp의 대표적인 연예인이 ‘이효리’다. 털털하면서도 나름의 인생항로를 설계하는 ‘외유내강’형이 권민지 군의 본모습이다. 그렇듯 권민지 대표는 아무 생각없이 맨땅에 박치기하는 유형이 아니다. 그녀의 생각이 깊은 곳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볼수록 매력이 있다는 의미의 ‘볼매’라는 아재개그가 갑툭 나온다.
권민지 대표는 현재의 생활에 대만족을 한다고 했다. 어릴 적 경험을 공유했던 경기도 친구들에게 되려 귀농을 권유할 정도로 현재의 의성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수도권역의 청년들은 문화와 트렌드 측면에서 확실히 의성이라는 농촌권역에 앞선다. 하지만 나름의 인생을 계획하고 진행시키는데 있어 많은 제약과 경쟁이 따른다. 큰 배에 타서 안전과 평범을 택하느냐 작은 배를 만들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느냐는 그냥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2022년 아버지가 의성 고운마을로 귀촌했다. 대단한 지원군과 응원군이 의성으로 회향한 셈이다. 이제 권민지 청년은 서울 수도권 지역에 있는 세련되고 평범한 청년 군상의 일원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과 미래를 향해 치닫는 단단한 의지의 콜럼부스 호이다.
카페 ‘열매’는 권민지의 의성친구 권자현(만영공방,의성)을 비롯해 귀촌청년 장희수(보다스튜디오. 천안) 김도원(하람예술센터. 서울)등 10명 안팎의 지역 청년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자연스럽게 청년 테마파크가 되었고 그들만의 의성살이 고민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치기구가 됐다. 마을 어르신들의 밥과 돌봄을 나누는 지역 청년이 됐고, 서로 이해와 오해를 소통하는 사랑방이 되었다.
심 훈의 상록수가 안산 상록수역이 되었듯 권민지도 의성에서 최용신(상록수의 실존인물)의 카페‘열매’가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터뷰 동안 서너명의 테이크 아웃 고객들이 카페 ‘열매’를 찾았다. 1 년 전 조용한 골목길에 카페‘ 열매’의 전신인 ‘5월’이 문을 열고 나서 두어 집이 더 오픈하게 됐다. 이제 의성의 카페 골목 상권이 된 듯하다. 벌써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하는 필자에게 손사래를 치며 웃는다.
“이제 겨우 일당이 될까말까할 정도에요. 차라리 그렇게 돼봤으면 좋겠어요.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혼자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됐으니 감사할 따름인거죠”.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카페 ‘열매’를 통해 의성청년들과 의성군민들의 문화 인포메이션 공간을 만들고 돈을 벌어 자기 농장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한다. 세월이 흘러 청년 권민지가 의성에 치유농장을 차리고 대표가 된다면 지역에 새로운 권민지가 의성에 들어와 카페 ‘열매’의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또 다른 청년들의 소통공간이 되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권민지 아메리카노는 완성형이 아니다. 그 위에 소통과 공감이라는 토핑과 청년들의 고민과 희망의 이야기가 더해져 비로소 그 향이 나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