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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그만 귀족학교 단촌초

하태진 기자 입력 2023.12.08 18:17 수정 2023.12.08 18:17

‘내 특기는 승마와 골프’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 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쟝 그르니에,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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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촌초등학교는 전교생 12명의 미니학교다. 이 학교는 경상북도교육청 지정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와 의성군 ‘작은 학교 살리기’사업을 추진 중인 학교다. 눈빛이 반짝거리고 열정이 느껴지는 학교장선생님은 백경애 교장이다. 단촌초의 학생 수 대비 교사 수는 2대 1이다. 거의 왕실의 왕자를 가르치던 왕자사부(王子師傅)급이다. 교과과정도 특이하다. 정규 교과과정 외에 아이들에게 골프, 승마, 수영을 가르친다. 놀라운 일이다.
흔히 골프레저시대가 끝나면 승마레저시대가 온다고 한다. 수영이나 피아노는 널리 가르치는 교과 외 취미과정이지만 승마나 골프는 아직도 귀족 레포츠에 속하는 종목이다. 백경애 교장의 안내로 골프연습실을 가 봤다. 실내 스크린 골프장이다. 아이들의 골프채가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과연 전교생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런 사치스러운 학교도 다 있구나’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4학년 학생 중에는 (7번 아이언으로) 110미터를 치는 아이도 있어요. 보통 체구인데도 (비거리가) 엄청나요”라며 자랑스러이 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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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는 안계 승마장을 이용하고 수영은 청소년센터를 이용한다고 한다. 전국의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 중 골프나 승마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학생 수가 늘어난다면 이것을 계기로 특성화되어 유명 골퍼나 승마선수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사라 코베이브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정체성, 결정력,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런 개인의 특별한 경험은 어떤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자세로 발전해 인생의 프리즘에 더 많은 능력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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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구제’란 200명 이상이 다니는 큰 학교에서 학생 수가 아주 적은 학교로 주소를 옮기지 않고도 자유롭게 전학과 입학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의성의 경우 전교생 200명이 넘는 큰 학교는 의성초등학교가 470여명으로 유일하다. 의성초에서 단촌초로 옮긴 학생은 고작 7명에 불과하다.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의성 특유의 쏠림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의성의 학부모들은 의성초가 의성의 대표적인 학교라고 인식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취업 시 비슷비슷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어릴 적 성장기에서 골프나 승마라는 한 스펙을 더 적을 수 있다면 면접관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축구팀 하나도 나오지 않는 학생 수이지만 개인별 존재감과 학습능력 개발은 가히 최고수준이 아닐까 여겨진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 같아서 이런 프로그램을 넣어 봤습니다. 우리학교는 제주도나 서울을 여행하기도 합니다. 향후로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일본여행도 경험시켜 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작은 학교에서만 가능한 경험교육이다. 하나의 지식을 늘리는 것은 문자와 수업으로 가능하지만 그 지식이 지혜로 작용하는 것은 경험과 사색으로 가능한 일이다. 미국 ceo에게 성공과 행복에 대해 설문을 했더니 성공해서 행복한 사람(37%)보다 행복해서 성공한 사람(67%)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자립교육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서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것이 바로 성공이고 얻은 것에 만족하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워렌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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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촌초등학교는 매년 미국의 텍사스에서 부쳐오는 장학금이 있다. 올해도 500달러가 전달됐다. 이 고마운 키다리아저씨는 이 국 이라는 단촌 출신의 출향인이다. 고향을 그것도 먼 나라에 살며 이렇게 잊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장학후원을 한다는 것은, 어릴 적 기억을 통해 경험된 것을 삶의 한 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작은학교살리기’의 의미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개인의 삶에 있어 당시 배운 것은 다 잊혀 져도 어릴 적 추억은 기억창고에 영원히 저장되기 때문이다. ‘작은 학교’란 큰 키다리아저씨를 만드는 추억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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