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트와 의성의 노년음악
대중음악은 시대를 반영한다. 부모가 듣거나 부르던 노래는 실제 방송이나 미디어에서 사라져도 자식 세대로 전해진다. 고복수나 남인수 그리고 이난영을 듣고 자란 70대는 드물 것이다. 방송이나 매체가 발전하기 전 시대이고 그 전 세대에 유행했던 일제강점기 시대 가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향살이’ ‘애수의 소야곡’ ‘목포는 항구다’를 모르는 70대 역시 드물 것이다.
그들은 1910년 대의 출생으로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활동한 인물들이다. 그러니까 1950년 전후로 태어난 70대는 막 출생했거나 영유아기로서 거의 들을 수 없는 트롯트 가수들이었다. 하나 70대가 그런 노래를 기억한다는 것은 70대의 정서가 90대의 부모들이 가끔씩 부르던 육성 노래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70대의 정서는 일제 강점 치하에서 잃어버린 조국의 울분과 한의 정서가 자신도 모르게 혼입되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의성에서 60대는 아직 어르신이 아니다. 한창 지역에서 일하는 젊은 힘꾼들이다. 그들은 한 가정에서 70대와 형제나 가족을 형성한 베이비 부머세대이자 70대와는 조금 다른 정서를 지녔다. 6.25와 월남파병의 직간접 전쟁 경험 세대인 70대와는 달리 박정희 시대의 반공과 경제성장이라는 어린이 시대를 둔 세대이다. 이들의 청소년기는 서양의 개방과 자유, 동양의 유교와 정서 사이에서 정신적 갈등을 겪은 세대이다.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서의 차이가 많이 나고 트롯트와 팝, 재즈와 포크 등 대중음악의 취향 스펙트럼이 넓게 나타난다. 의성의 이농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세대이기도 하다. 전쟁세대의 이미자, 한국의 정서를 닮았다는 4박자 패티김, 월남 파병과 가수왕 사건의 남 진 나훈아 시대, 신중현, 김추자, 히식스 등의 록과, 쉘브루 음악실 출신의 트윈 플리오, 김정호 어니언스 등 포크송 계열 등 다양한 대중음악이 나왔다. 이는 결국 대학가요제, 강변 가요제 등 아마추어 음악으로 이어진 황금세대이다. 반면 세월과 함께 트롯트는 고루한 음악으로 인식되어 점점 설자리를 잃고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트롯트는 주현미를 제외하면 ‘가요무대’라는 한 방송사의 추억 프로그램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해 올 정도였다.
또 현 60대 세대들은 자식 세대에게 국영수만 가르치지 않았다. 경제적 상황에 따라 태권도 수영과 함께 피아노 바이올린 등 고급 사교육을 자식세대에 가르치기 시작했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강요받던 세대들은 대중음악 스펙트럼 시대를 거치면서 자식세대에 ‘공부만 잘해선 안된다’는 교육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의 자식 세대들이 지금 K-팝이라는 세계적인 손자세대를 만들었다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국민 음악 수준은 클래식을 포함해 세계에서도 탑급이라 한다.
최근 트롯트 계는 K-팝의 부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K-팝이 보편적으로 유년기 과외음악 교육을 실시한 결과라면, 그 유년기의 세대가 한국 고유가요를 트롯트로 인식하면서 급격히 성장한 기이한 케이스다. K-팝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음악적 재능 위에 춤과 퍼포먼스 등 비주얼 요소를 중요시하는 음악 장르다. 음악적 재능인 가수와 뮤지컬이나 발레의 퍼포먼스, 심지어 배우의 소양이 없다면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장르다. 그것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K-팝이 세계시장을 노린 기획이라면, K-트롯트는 맥이 끊긴 한국 정서를 국내용으로 전환시킨 결과라 볼 수 있다. 그것이 아저씨나 아줌마 음악인 트롯트 세계의 판도를 뒤집어 버렸다. 손자세대인 K-트롯트의 그들이 남인수와 이난영을 부르고 남 진과 나훈아를 부르고 있다. 신중현과 김추자를 부르고 대학가요를 불러 준다. 심지어 이미자를 이미자스럽게 부르고 조용필과 신중현을 거침없이 소화해낸다. 가끔씩 저 노래를 어떻게 다 외워 부를까 감탄이 날 정도다. 그러나 딱 그기까지라는 허탈감이 일 때가 있다. ‘잘한다’는 느낌은 분명하지만 무언가 그 ‘시대적 감성’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대중음악을 평론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을 세월과 함께 겪은 시청자의 입장에서다. 대한민국 전 세대를 아우르는 뭔가가 있을 법도 한데,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있을 법도 한데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K-팝의 단점이라면 세계적 추세를 이끌어가는 젊은 세대의 글로벌 신드롬이지만 우리민족의 고유성이 느껴지지 않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K-트롯트는 그 가사전달과 감성에 있어 분명 우리의 것인데 전 세대를 통해 느끼는 결합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트롯트는 대중음악이라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중요하고, 유행음악이라 세대의 감성이 다름을 당연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 요소는 다양한 세대에 이어지는 민족 고유의 감성리듬에 있다. 그것이 민족의 ‘흥’이라는 말로 압축해 보면 좀 더 분명해지는 느낌이 있을까.
그런 점에서 작년 10월 19일 의성문화회관 열린 ‘우리가락 한마당’이란 프로그램은 매우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트롯트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의성군민과 친숙한 공연이었다. 공연 대상이 중장년층에서 노년층이라 더욱 그랬다. 특히 사물놀이 공연은 의성의 농악과 닮아 있어 청중들이 함께 쉽게 알고 느끼고 즐길 수 있었다. 공연장에 증손자까지 함께 있다해도 다같은 청중으로 같은 순간에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공연이었다. 왜냐하면 희생이나 양보의 정서와 한을 지닌 노년 세대의 음악이란 그것을 들을 때 머릿속에 지나치는 지난 인생의 파노라마가 수없이 지나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지나온 세월을 서로 이어 줄 k-팝과 k-트롯트의 시대사적 공연도 의성에서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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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의성군민의 반이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마당에 의성에서 새로운 대중공연의 다양성을 위해 너무 많은 문화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