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설자리 앉을자리 모른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서야 할 자리와 앉아야 할 자리도 분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환경이나 조건에 맞게 처신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기본적인 처신조차 제대로 분간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한자성어로는 불합시의(不合時宜)라 표현되며 요즘 유행어로는 ’낄끼빠빠‘라는 말을 쓴다. 불합시의는 때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뜻이며 낄끼빠빠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의 앞머리 글자를 따와 만든 4자성어로 적절한 언행을 하라는 뜻이다.
자리는 격(格)이란 말로도 의용된다. ’자리에 맞지 않다‘는 표현을 ’격에 맞지 않다‘라는 말로 대치해 쓰이기도 한다. 현대에 와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도 쓰인다. 무게감이 있는 자리에 위치하면 책임감과 중압감에 의해 성장한다는 의미다. 정치적으로 자리는 '자리값' 못하면 '죗값' 치른다는 등 형사적 의미로까지 확대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리‘는 우리사회에 있어 어떤 장소란 뜻 외에 형이상학적 용어로도 많이 쓰인다. ![]()
사회적으로 자리는 계급을 의미한다. 어떤 집단의 서열을 의미하며 그 우두머리는 의전이라는 예우를 받는다. 의전이라 함은 좁은 의미에서는 국가·외교 행사, 국가원수 및 고위급 인사의 방문과 영접에서 행해지는 국제적 예의(국가의전)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개개인이 지켜야 할 건전한 상식에 입각한 예의범절(의례)을 포함하는 것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 실시로 작은 행정단위인 군(郡)도 하나의 정부로 해석된다. 이에 따른 의전은 행정구역 단위로 구분되며 선출직 우선으로 나타난다. 의성군은 국회의원을 필두로 군수와 군의회의장은 동급 서열로 의전을 행한다. 따라서 군의회도 국가의 입법기관인 국회처럼 일정한 예우를 받고 군의회 의장은 군민의 대표로서 관용차와 공적 경비를 지원받는다. 즉 군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군의회 지위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다. 그러므로 군의회 의장이란 자리는 해당 군의 군민대표인 셈이다. 의성군의회 의장이란 자리는 어딜가든 5만 의성군민을 대표하는 공인이며 70만 의성출향인의 얼굴이 되는 것이다. 의성군의회 의장은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24시간 언제나 의성군을 의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자리인 셈이다.
AI는 일종의 천재지변이다. AI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는 백신이 없어 현재로선 전부 살처분으로 처리된다. 중수본에서도 심각성을 두고 중히 취급하는 가축 1급 전염병이다. 피해보상 외에 36만 마리의 산란계 살처분에 드는 비용은 전부 의성군에서 부담한다. 그러므로 군의회는 의성군민의 대표로서 사태의 추이와 처리를 현장에서 보고 군민의 눈과 입이 되어야 한다.
지난 10일 의성군의회 의장이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AI라는 천재지변이 발생한 의성으로 돌아오지 않은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과오다. 이미 벌어진 사태라 가봐도 별로 할 일이 없을 거라는 예단은 공인의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임무를 소홀히 하는 행위다. 당연히 의성군의회와 의장은 이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한다. 마땅히 의성군민들이 내어준 ’자리값‘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