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의회 존재의 이유
의성군의회는 지난 10일 제주도에 단체연수를 떠났다. 공교롭게도 가음면에서 AI 고병원성 판정을 받은 일이 발생했고 집행부는 36만 마리의 닭 살처분과 99만여 계란을 폐기했다. 제주도에 가 있는 의성군의회 의원들에게 이런 긴급상황이 보고됐고 의성군의장과 의원 1명이 의성으로 회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후 8시 항공기 지연을 이유로 의성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당일 의성군 집행부는 268명의 공무원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고병원성 AI 확산에 대처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집행부'와 '의회'라는 양쪽 수레바퀴가 균형을 이뤄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굴러가기는 커녕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만다. 1991년에 지방자치제가 도입되어 지방의회가 구성된 지 30년이 지났다. 겉으로는 의성군의회의 행보가 흔들리지 않는 뚜렷한 걸음(?)을 유지하는 듯하지만 8대 의성군의회도 2022년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무리한 군의회 제주연수를 감행했다가 격심한 여론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반복되는 의성군의회의 파행에 군민들의 적잖은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긴급한 상황대처에 있어 연수의 중요성과 실제 의정활동과의 비교감각이 동떨어져 또다시 군의원 연수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군의회는 연수하는 목적과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고, 30년이 넘도록 그들을 믿고 뽑아준 의성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대저 생업에 바쁜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지방의원들을 선출해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역할을 위임한다는 것이 지방자치체 군의회의 설립 이유다. 또 지역 특색에 맞는 예산을 집행하고 지역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도록 만든다는 것이 지방자치제 군의회 부활의 목적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현재 의성군의회는 한쪽의 바퀴 역할은 아예 없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 즉 형식적 기구에 불과한 존재일 뿐 집행부가 외발자전거로 이끌어가는 형국이다.
(사진은 이태원 참사때 제주연수를 떠난 하동군의회 항의집회)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군의원들의 방관과 배임
의성군 의장이 공항에서 의성으로 오지 않고 다시 제주연수원으로 갔을 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의성에 꼭 가야한다는 의견을 내지 않은 군의원들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연수의 목적이 중요한 군의원 기능역량 향상에 있다 하더라도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누군가 즉각 반응과 행동에 나서야 했다. 비상시에 군의장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군의원들은 의성과 의성군민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윗선에서 옳지않은 판단을 내리는 것을 두고 책임소재나 따지고 미필적 고의를 유도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개인적 무사안일주의고 배임이며 의성군민의 존재를 무시하는 행위다. 의회가 의장의 것이 아니라 군민의 것이라면 의회 의원들은 의회의 존엄과 명예를 위해 일신의 안위보다 의성군민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의 의성군의회 제주연수는 망양보뢰(亡羊補牢)가 아니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뿐이다.
망양보뢰(亡羊補牢)
군민들은 군의원들에게 성직자와 같은 높은 도덕성을 갖추라는 무리한 요구를 결코 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군의원으로서 최소한의 본분을 지키고 주어진 권한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군민들의 소박한 요구를 들어줄 능력이나 아량을 갖추지 못한 군의원은 결코 군민의 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통합신공항이라는 의성역사의 대전환기를 맞아 기사회생을 꿈꾸는 군민들의 갈망을 구태의 방심과 타성으로 첫 단추를 끼는 우(愚)를 범해선 안된다.
외발자전거는 오직 한 사람을 싣지만 수레는 여러사람을 싣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수레는 균형이 생명이고 목적이다. 군의 긴급상황에 대처하는 군의회가 되지 못하면 이번 군의회의 제주연수는 정신없는 행동이고 정신나간 결과물이 될 뿐이다. 의성군의회는 잘못된 것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망양보뢰의 정신으로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 나가야 한다.
1월 10일 제주공항에서 대구행 비행기는 수 차례나 있었고 결항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