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파동이 군의 기민한 처분과 방역으로 일단락 됐지만 제주에서 의성으로 돌아오겠다는 군의장의 노쑈는 아무 말 없이 유럽을 거쳐 유학(?)일정을 소화하며 설날연휴의 바쁜 틈을 타 흐지부지됐다. 군의회 역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영부영 지나가고 있다. 군의원 누구도 군민에게 사과하거나 해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군의회가 기능을 닫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열린 의회’라고 의회 전광판에 적혀있지만 ‘텅빈 의회’가 됐고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는 무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어영청(御營廳)은 조선시대 군대이름이다. 이 말은 현재 ‘어영부영’이란 말로 변화되어 대충 시간을 때우고 나태하게 넘어간다는 말로 사용된다. 조선 제1군으로 군기가 대단했으나 말기에 와서 기강이 흐트러지고 해이해져 백성의 원성을 받았다.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다’란 어영비영(御營非營)이 ‘어영부영’으로 변했다.
‘흐지부지’란 말도 휘지비지(諱之秘之)란 말에서 유래했다. ‘휘지비지(諱之秘之)’는 ‘꺼리고 또 숨긴다’는 뜻이다. 언뜻 우리말처럼 들리지만 꺼릴 휘(諱)와 숨길 비(秘)에 음편이 생겨 ‘흐지부지’로 변했다. 어영부영이나 흐지부지란 말은 결코 좋은 뜻이 아니다. 특히 관이나 군에서는 소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말로 쓰이며 공무원이나 군인에게는 금기의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2019년 화천군의원들이' 공부하는 군의회'상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군의회가 군민의 의견을 조사해 본 지 오래됐고 군민이 의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조차 무관심 속으로 흐르고 있다. 군의회가 군민을 모르고 군민이 군의회를 찾지않으면 일단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 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타성과 귀에 들리지 않는 퇴행은 결국 군민에게 수치와 재앙의 불씨가 된다. 문제의식도 없으며 문제해결 능력도 없다면 최소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의회 문만 열어놓고 의원들이 행사참석에만 열올리는 것이 ‘열린의회’가 아니라, 의원 스케줄표에 적어도 ‘공부하는 시간’이 적혀 있어야 제대로 ‘열린의회’로 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