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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묵농의 소민 김종원

하태진 기자 입력 2024.06.26 00:05 수정 2025.10.24 19:17

동양의 붓이 남긴 현대서각
현대서각과 의미
현대서각의 거두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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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붓이 남긴 현대서각
동양화와 서양화의 결정적 차이는 붓에 있다고 한다. 동양은 서화동원(書畫同源)이라 해서 그림과 글씨를 같은 원류로 생각한다. 한자가 상형문자이니만큼 글씨를 쓰는 붓이나 그림을 그리는 붓이 같다. 반면 서양은 글을 쓰는 펜과 그림을 그리는 붓이 다르다. 이는 동서양 예술의 본질이 조금 다른 차원으로 발전됐음을 보여준다. 최근 AI가 나타나면서 서양화나 예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즉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인간의 창조성을 앞질러 버린 탓에 서양화가 예술로서 자리잡기가 곤란해진 때문이다. 그의 대안으로서 동양의 붓이 새삼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동양의 붓은 물기와 퍼짐의 차이로 인해 같은 사람이 같은 붓으로 수백 번을 그으면 수백 번 모두 차이가 있습니다. ‘우연의 미’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끝없는 수련을 통해 작가의 고유의 예술성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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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서각은 전통서예를 기반으로 하고 전통서각을 과정으로 한다. 일종의 믹스아트(mix art)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분류하기엔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가 있다. 서각이 장시간 나무나 돌 등의 조각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은행나무를 많이 쓰지만 서각용 은행나무를 구한다 해도 건조와 제재소 준비를 해야 해서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 안료와 채색도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지 않으면 원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매우 어려운 작업과정에 비해 작품전시는 제한적이어서 보급하기가 쉽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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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서각과 의미
예술도 기실 철학의 태동과 맥을 같이한다. 원시시대 인간은 사유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즉 밥을 먹을 수 없었다면 예술이나 철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야생의 동물들과 다름없었을 것이며 인류 문명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술이 무슨 자기만의 고고한 경지에 있는 것을 뜻하기 보다는 그냥 우리가 살고있는 모습과 생각을 나타내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현대에 와서 의학과 경제발전을 통해 우리는 수명연장이 직접 체감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은퇴 후에도 수십 년의 노후가 기다리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단순히 시간만 소비하는 삶을 사는데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현대서각은 우리 삶의 목적과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될 장르의 예술이다. 현대서각은 글이 뜻하는 서예의 동양철학이 배여 있으며 각이 뜻하는 자기성찰과 인내가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젊고 상승하는 기운이 있는 청년기보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경험한 노년기의 문화로 더 어울리는 듯하다.
“저도 농사를 짓지만 서각이 바쁜 농촌의 삶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오랫동안 애써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놓고보면 자신에게 진실되고 겸허한 마음이 생기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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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위해 다시 찾은 금성면 탑리의 소민 김종원 선생의 작업실에는 ‘아트로드’전시 출품작품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다. 소민 김종원 선생이 서예와 현대서각이라는 장르를 걸어온 지도 어언 40여 년이 됐다. 국전 3연속 수상도 했고 국전 심사위원도 하고 있다. 서각을 위해 최근에는 요즘 유행하는 캘리그래피 1급 자격증도 땄다. 소민선생의 작업장에는 지금도 서예 습작이 책상 위에 매일매일 쌓이고 있다. 요즘은 4월 12일 탑리에서 선보일 복사꽃 ‘아트로드’전 전시를 위해 오늘도 작품 제작에 몰입하고 있다.
“그냥 (서각을 보고) 첫눈에 하고 싶어서 좀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금까지 계속해 왔지요. 돌이켜 보면 제가 봐도 좀 미친 듯이 해 왔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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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서각의 거두 김종원
소민 김종원 선생은 어느덧 현대서각에 있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거두가 되고 있다. 교육자이신 선친의 가르침으로 서예를 체득했고 현대서각 3인의 창시자 중 한 분인 목암 유장식 선생의 제자로 30년을 공부했다.
소민선생의 작품에는 다양한 시도와 굳건한 진지함이 나타난다. 여러 세파를 견디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실체를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 김종원에게 있어서 현대서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했다.
“제게 현대서각은 세상과 소통하는 고리입니다. 제 인생에 현대서각이 없었다면 혼자 칩거하는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서로 작품을 만들고 고민하는 가운데 분명한 어떤 느낌이 오지요. 그럴 때 현대서각이 참 소중하고 고마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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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의 예술자산은 국전에 몇 차례나 수상했는지 대외적 위상이 어떤지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다. 그 평가자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가장 비리가 많은 곳이 예술분야란 말도 종종 회자된다. 때문에 의성의 땅에서 의성의 정신을 잇지 못한다면 의성의 예술자산이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저 출세의 사다리로 전락해서 소수 쁘띠 부르조아의 산물이거나 문화자본주의의 꼭두각시에 그칠 뿐이다. 현대서각 작가 김종원은 그런 면에서 분명한 의성의 예술자산이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묵향이 나고 의성 조문국의 한 백성인 묵농(黙農)의 소민(召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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