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

하태진 기자 입력 2025.04.23 16:41 수정 2025.04.23 16:41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
이순신처럼 위기를 기회로

지금 어떤 마음으로 현실을 보고 있는가? 오는 6월 3일, 우리는 다시 새 지도자를 뽑는 선택 앞에 선다. 지금 우리는 정치 불신, 경제 불안, 안보 위기까지 겹쳐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이 선택을 마주해야 할까?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에게 답을 구한다. 처한 상황은 달라도, 마음가짐은 같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올바른 마음이 중요하다.
image
공교롭게도 이달 28일은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이다. 필자는 삶이 지치고 막막할 때면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를 찾는다. 433년 전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임금은 도주에 급급했다. 그때 이순신이 없었다면 조선은 어찌 되었을까? 최악의 조건 속에서 최강의 적을 상대로, 그는 어떻게 23전 23승이라는 기적을 만들 수 있었을까? 무엇이 부하들과 지역민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그와 함께했을까? 전적지를 돌며, 필자는 이런 질문을 품고 장군에게 묻고 또 물었다.

이순신은 단순한 전쟁 영웅이 아니었다. 세 번 파직되고, 옥살이까지 했으며 두 번이나 백의종군했지만, 단 한 번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옥포, 당포, 한산도에서의 연전연승은 철저한 준비와 부하·지역민과 일치단결해서 이겨놓고 싸운 결과였다. 그러나 조정은 그를 시기했고 내쳤다. 결국 백의종군 중 그의 어머니는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슬퍼할 새도 없이 곧바로 권율 장군 휘하에서 백의종군하며 전장을 누볐다.

그 사이 선조의 무모한 명령에 따라 원균도 무모하게 왜적과 맞서다가 칠천량에서 궤멸당하고 말았다. 선조는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했다. 그가 돌아왔을 때, 남은 전선은 고작 12척. 그것마저도 싸우지 않고 도망친 경상우수사의 배였다. 모두가 싸울 수 없다고 했고, 선조는 수군을 해체하라 명했다. 그때 이순신은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단호하게 장계를 올렸다.

그는 믿었다. 살아남은 전우들과, 바다를 잘 아는 주민들과 함께라면 모두 일당 백이 되어 왜군도 물리칠 수 있다는 확신. 그는 부하들과 신뢰로 하나가 되었다. 똘똘 뭉친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지형지물을 활용한 전술이 어떻게 전세를 뒤집는지를 그는 이미 체득했다. 거센 불살이 흐르는 울돌목을 천혜의 요새로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 한 척을 더 보태 단 열 세척으로 삼백 척의 왜군을 물리친 명량대첩을 창출한 것이다.

이순신 탄생 480주년을 맞이해 그와 끝없는 대화속에서 얻은 답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날마다 자신을 성찰하고 혁신하라. 남 탓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만이 진정 성숙해질 수 있다. 여기에 뼈를 깎는 혁신이 더해지면 누구도 넘볼 수 없다. 그런 자세가 거북선을 건조한 나대용 같은 걸출한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게 했다.

둘째, 신뢰 기반의 소통과 협력이다. 삶으로 보여주는 청렴과 솔선수범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 진심이 오가면 소통은 자연스럽다. 서른 살 연상이던 예비역 정걸 장군도 기꺼이 이순신을 찾아와 도울 수 있었던 이유다.

셋째, 규율은 엄격하되 포용하고 뭉쳐야 한다. 전쟁터는 혼돈이다. 규율 없인 승리도 없다. 그러나 전장에서 겁먹은 부하들의 마음을 읽었다. 자신이 맨 앞에 나서 싸우면 부하들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이 시대는 소위 지도자 반열에 있는 사람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도 그런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이것이 통합이 안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제 우리는 이순신이 준 답을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 자신이 바로 서야 한다. 내가 비뚤어진 시각을 가지면, 비뚤어진 사람이 바르게 보일 수 있다. 날마다 자신을 성찰하고, 날마다 혁신하는 삶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럴 때 신뢰의 띠로 공동체를 묶을 수 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 절망 앞에서도 희망을 외칠 수 있었던 이순신의 그 마음. 그 마음을 품는다. 모두가 할 수 없다고 주저할 때, 할 수 있다고 박차고 나가자. 이순신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저작권자 새의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